연애도 소개팅도 안 되고 맞선남들에게 상처를 받는 것을 반복하는 와중에
살이 57킬로그램까지 올랐다.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약을 지어먹었다.
이번에는 완전히 마르고 다시 찌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다시 독하게 먹었다.
인터넷에서 아기들이 먹는 죽을 배달시켰다. 회사에서 점심도 같이 안 먹겠다 말하고
하루 세 끼를 그 죽으로 대신했다. 편의점 죽보다 조금 작은 양이다.
곧 그 업체의 우수고객이 되어 서비스로 죽이 하나씩 더 오기까지 했다.
그때는 머릿 속에 단 하나의 생각 밖에 없었다.
얼른 다시 살을 빼서 예뻐져서 누군가를 만나 결혼해야지.
살이 잘 빠졌다. 너무 기뻤다. 가열차게 계속 해야지 성공해야지 다짐했다.
그렇게 몸은 48킬로그램이 되었다. 너무 기뻤다.
어느날 자꾸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누가 나를 자꾸 비난하는 것 같았다.
비난하는 소리가 자꾸 커졌다. 처음에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 나에게 진짜로 그런 소리를
하는 줄 알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나중에는 나 스스로도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히 내 귀에는 들리지만 저 사람이 정황상 그 말을 나에게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더불어 불안증이 생겼다. 가족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사람들이 나에게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게 다이어트를 너무 과하게 해서라는 것을 몇 년 후에야 깨달았다.
환청과 불안장애가 너무 심해졌다. 병원에 갔더니 심한 우울증이라고 했다.
아마 다이어트 한약에 심한 절식 그리고 당시 회사에서 사이가 안 좋은 직원들이 있었던 것과
내가 스스로 나를 불안하다고 생각한 감정에 원래 친구들과 직업이 달라지면서 멀어진 것도
환청과 불안증세가 생기는 데 각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원래부터도 남을 심하게 신경쓰는 성격이다.
휴직을 3개월 낼 수 있었다. 집에서 가만히 쉬었어야 하는데 다들 나에게 뭔갈 해보라 했다.
다이어트 한약을 끊고 다시 음식을 좀 먹으니 환청은 들리지 않고 불안증세도 옅어졌다.
대신 살이 57킬로까지 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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