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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4. 13:19 좋아좋아

하나와 앨리스가 잠깐 재개봉했다.

이번에 이와이슌지 영화 라스트레터라는 것이 개봉하는데 그 기념인거 같았다.

용산 CGV까지 갔다. 편도 한시간 반 쯤 걸린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나와앨리스를 보는 영화관에는 한 10명쯤 된 것 같다.

아오이유우 팬으로 보이는 여성 몇 명과 영화덕후로 보이는 깔끔한 남자애 두 명

아오이유우가 나오는 이와이슌지 영화를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몇 번이나 본 영화라 해도.

 

라스트레터 시사회에 갈 수 있을 뻔 했지만 그 날은 미리 잡아둔 약속이 있다.

사진멤버들와 가지는 시간인데 숙소를 잡아서 편하게 마실까 말까 고민이 된다.

 

나는 미혼여성으로, 시댁식구도 남편도 아이도 가져본 적이 없고

교우관계도 넓지 않아서 코로나로 나의 일상에 아무런 타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변화라는 것이 생겼다.

가고싶어서 예매했던 공연들이 취소되어 집에 머무르게 되어 

생각을 해 보니

 내가 그 공연들을 꼭 가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도 사람들도 마찬가지. 내가 그 사람들을 꼭 만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혼자의 시간을 어쩌지 못해. - 아니 이 말도 옳지 못하다.

나는 남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소외감을 어쩌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공연과 모임들에 집중했던 것이다. 

진정 내가 그 음악과 사람들을 원했는가?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너무 예민하게 나를 살피는 것 같은 사람들과 

사랑받고 싶어서 비뚤어진 사람들에게

내 에너지를 쓴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기질이 있어서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만나고 나면 늘 지쳤다. 

 

 

사진멤버들은 독립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라 나의 기질과는 상관 없다. 

그들은 각자 내면에 자신만의 세계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그렇지 않은 사람일까? 

즐겁게 이야기하고 이야기듣는 시간이 너무 좋은데. 

지나고 보니 다들 그런 시간은 자신의 연인/배우자/자식과 만 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친구란 자신의 연인/배우자/자식 때문에 속썩이는 마음을 토로하기 위한 존재인걸까?

나는 사람을 일대일로 만나고 싶다. 어떤 용도가 아니라 그냥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마음으로.

 

어제는 아는 사람게 좋은 일이 생겼다길래 단톡에 정성다한 축하인사를 건넸는데

그 사람은 그것을 보고 아무런 답이 없었다. 

물론 나 말고 다른 단톡에도 좀 그러긴 했는데 막상 그러니 서운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진짜 사람을 좋아하고 교감하고 싶은 사람이 맞나?

내 생각엔 타고나기를 개인적인 성취에 신경쓰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의 연주는 타인의 마음을 건드리지 못한다.

무언가 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의 의뢰를 받고, 짜여진 곳에서 짜여진 일들을 하고

아 답답해. 

예술이 그런건가? 

고시생의 음대생버전을 보는 것  같다.  

좋은 음악대학은 입학하고 졸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음악으로 돈을 벌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혼자서 관객을 책임지는 연주가 되기에는 어딘지 울리는 느낌이 없다. 

 

그보다 덜 유명하다는 음악학교를 나온 사람들 중에도 내 마음을 울린 사람이 많은데

꼭 기능적으로 열심히 공부만하는 수험준비생들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다. 

수험준비생들은 어떻게 점수만 올리면 시험에 합격할 수는 있지만

연주는 그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뭔가 감정이 없는 느낌이다. 

 

나는 더 충만해지고 싶고 충만함을 유지하고 싶어서 예술을 보러간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부러 시간과 돈을 내서 예술을 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떤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냥 '나는 예술을 하는 사람' 이라는 자부심만을 느끼고 사는 것 같은 사람은 예술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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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ps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