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때 까지 아주 조용히 지냈다. 키도 성적도 보통이고 교실에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성적표에는 늘 '내성적' 이라 적혀있었다. 튀면 안된다는 생각에 소극적으로 지낸 것 같다.
12살 여름에 만난 한 선생님 덕에 성적이 올랐더니 '늘 열심히 함'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었다. 성적이 오른 것 외에 딱히 달라진 것도 없는데. 학교는 알 수 없는 기준으로 학생들을 판단한다.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 언제나 조용히 지냈다. 늘 바쁜 부친과 거실에서 잠이 든 엄마 곁에서 텔레비젼의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을 보면서 보냈다.
특별했던 크리스마스는 딱 네 번. 연애를 할 때와 크리스마스가 겹쳤을 때다.
첫 해 이브, 사귀기로 했고 둘째 해는 활기찬 명동에서. 셋째 해는 둘이서 케이크를 잘랐다. 넷 째 해는 그는 잘되고 난 그대로라 고민이 많았다. 그 때 사진을 보면 내 얼굴이 슬프다. 공부해야 하는데 데이트를 하면 안되는데.
한 동안은 그를 만났던 게 원망스러웠다. 사랑의 댓가가 크다 생각했다. 그는 손해가 하나 없고 나는 손해만 봤다 생각하니 또한 사기당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억을 만져보고 깨물어보고 다시 상자에 집어넣는다. 이루지 못했기에 예쁜 추억이 될 수 있다. 시간의 힘은 무섭다. 기억 왜곡의 좋은 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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