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부드럽게

정신과 영수증은 정신이라는 작가가 소비한 영수증을 엮어 만든 책이다. 신경정신과 진료영수증이 아니라 정신 & 영수증이다. 구성과 감성이 깔끔해서 여러 번 읽었다. 카드값 내역을 보며 이 책이 생각났다. 생각난 길에 다시 읽고 싶다. 도서관에서 빌려봐도 되지만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은 사는 것도 괜찮다. 중고책을 검색한다. 900원에 팔고 있다. 900원짜리를 사면서 3000원을 배송료로 쓰기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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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살 게 있나 검색한다. 판매자는 에쿠니 가오리의 일본원서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일본어는 읽을줄도 모르지만 에쿠니 가오리 원서를 몇 권 모으고 있으므로 같이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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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억제를 목적으로 어제 저녁은 1500원짜리 컵라면으로 때워놓고 이미 읽은 책을 굳이 사느라 6천9백원을 썼다. 건강을 생각해서 밥을 6천9백원짜리를 먹고 책은 안 사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물건을 더 만들지 않으려 '리스본 치우고 살기카페 활동'까지 하지 않았나. 책 두 권을 더 소유하다니.

아니다. 죄책감은 지워버리자. 미니멀리즘이나 무소유나 다 내 의지가 아닌 것 같다. 유행따라 방송에 나오는 삶의 방식이 꼭 내 것이어야 하나. 어떻게 예쁘게 정리할까를 고민하는 게 더 좋은 일이다.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새로 올 책 두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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