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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3. 14:19 하루하루/읽고보고

스무 살의 3월에 4월 이야기를 봤었다.

강변역 CGV에서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의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이와이 슌지가 누군지 잘 알지 못했던 시절

스크린 가득 봄의 정경이 펼쳐지고 

나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대학 신입생이었다.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진학 온 여주인공은 수줍은 성격으로 이리저리 잘해보려 애쓰고

나도 그랬다.

벚꽃과 봄햇살이 드리워진 영화는 갑작스러운 봄비와 함께 끝났고.

나에게는 그 결말이 당황스러웠으나 같이 보던 선생님은 '좋은 영화'라고 말했다.

좋은 영화는 기억에 오래 남는 건지 그 후로 옷가게에서 벚꽃무늬 원피스만 보면 4월 이야기 생각을 한다. 

 

오늘은 슬퍼져서 일부러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이 4월이라 스무살의 4월을 떠올려보았다. 

슬픈 이유는 아마도 엄마 때문일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 드릴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져서 슬프다.

엄마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가 없다.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은 내가 불행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슬플 때는 좋은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고 해서 좋은 기억을 껴내 보고 있다. 

잘 되지 않는다.

스무 살의 봄, 4월 이야기를 보고 마츠 다카코처럼 동네를 누비며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고 청바지도 찢어졌던 일.

일상을 이야기하는 존재를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까지도 나의 완패로 끝난 일.

그런 존재는 나의 꿈일 뿐 실제로는 존재하기 어렵다.

어쩌면 엄마의 꿈도 그냥 일상을 나누며 행복하게 사는 거 아닐까?

그 일상에 딸의 행복이 있는 거고. 딸의 행복 안에 남편과 아이들이 있으면 하는 거고.

그렇다면 결혼을 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그리는 것보다

그냥 지금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엄마와 함께 하고 싶다.

 마음속의 알 수 없는 슬픔을 꺼내고 싶은데 한 번에 다 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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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ps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