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글을 읽었다. 참 까칠한 애였는데 육아하면서 더 까칠해 져 있었다.
난 도통 모르겠다. 그렇게 까칠한 애가 왜 결혼하려 했는지. 너무 까칠했다. 이상하다. 이상해. 나는 무지 사랑했는데도 그의 청혼을 거절했는데/ 결혼이 그렇게 중요한가?
하지만 이러는 나도 아마 다른 그의 청혼이라면 당연히 수락하겠지. 아무리 힘듬이 예상되어도.
사랑받고 자란 지인이 (내가볼때는) 별 것 아닌 예비시댁과의 일로 결혼을 엎네 마네 하는 것을 보고 이젠 그들이 더이상 부럽지 않다.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장점도 되겠지만 약점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2.6월
마음 줬던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지난 사랑을 잊고 싶고 좋은 사람을 찾고픈 간절한 욕망이 그릇된 착각을 하게 했다. 그에게 상처받은 일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니, 원래 무너져 있었는데 그가 살짝 건드렸던 것 뿐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사람. 고시촌 생활은 하루만에 정리되었다. 남은 일수의 방값도 받지 않고 나왔다. 컴 백 홈.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 같고 모두 나를 비난하는 것 같았다. 병원에 갔더니 안정제를 주었다. 집에 돌아오니 안심되었다. 그러나 공부는 여전히 안되어 1차를 붙고 준비하던 모 자격증 2차시험에 떨어졌다. 떨어진 충격은 없었다. 이미 그 전부터 2주에 7킬로가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던 상태 였다.
가족들이 모여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말했다.
-나는 이제 밥 잘 먹고 잠 잘 오면 아무 걱정 안하기로 했어.
9월에 라섹수술을 하고 10월부터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치유가 안 되었어서 인간관계 형성에 무리가 많았다. 스님 법문을 찾아 듣기 시작한 것은 이때 즈음이다.
십년 전에 내가 이랬다. 나는 지금까지 두 번 죽었다 깼는데 올해는 그 중 한 번의 십주년이다. 지금까지는 잊으려 했지만 이제 돌이켜보니 모두 내 인생이라 지금부터는 좀 기억해보려 한다.